독서 기간 : 240103~230112
예전부터 익히 들어봤던 책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은 되게 가벼워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독일 태생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쓴 책이고, 어렵다는 소문대로 나는 꽤 어려웠다. 사실 철학적인 이야기를 한 부분은 대체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 같다. 쉽게 쓰셨다고는 하는데, 저자의 생각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어렵기는 하지만, 책이 말하는 올바른 사랑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1956년에 나온 책이고 수백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올바른 사랑에 대한 인식이 현대에 자연스럽게 퍼져서 나에게도 올바른 사랑의 이미지가 그렇게 잡힌 건가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50년대의 사람들이 생활과 경험이 지금과 비슷한 것은 좀 신기했다.(자본주의로 인한 개인의 기계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 근무 후 게으른 여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 등등..) 해결책으로 명상, 혼자 있기, 집중하기, 인내심 갖기 등 요즘의 자기개발서들이 제안하는 것과 비슷한 점도 신기했다.
올바른 사랑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이기적인 사랑도 올바른 사랑이 아니고, 나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도 올바른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올바른 사랑은 나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아끼는 만큼 다른 사람도 아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숙한 사랑이란 나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나 자신을 잃은 사랑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다. 나와 상대방 모두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며 나 자신을 비관하거나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트집 잡으며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그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성숙한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을 하자 다짐해도 종종 그것을 잊는데, 이 책을 통해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서 인상깊게 본 문장을 몇 개 기록한다. 적고 보니까 꽤 많은데.. 사랑이 어려울 때 종종 찾아와서 읽도록 하자. 사랑은 기술이니 말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 가난은 직접 야기하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가난한 자로부터 주는 기쁨을 빼앗는다는 사실 때문에 수치이다.
- 인간은 의존성, 자아도취적 전능, 타인을 착취하려는 욕망을 극복해 왔고 자신의 인간적 힘에 대한 믿음, 곧 목표 달성에 있어서 자신의 힘에 의존하는 용기를 획득해 왔다. 이러한 성질이 결여되어 있는 정도에 따라, 인간은 자기 자신을 주는 것, 따라서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무조건적 사랑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가장 절실한 갈망 가운데 하나다. 한편 어떤 장점 때문에, 다시 말하면 사랑받을 만해서 사랑받는 경우, 언제나 의심이 남는다. 내가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언제나 남아 있다. 언제나 사랑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 사랑은 활동이며 영혼의 힘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올바른 대상을 찾아내는 것만이 필요하며, 그렇게 되면 그 밖의 일은 모두 저절로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태도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도 기술은 배우지 않고, 올바른 대상만을 고르면서 대상만 찾아내면 아름답게 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태도에 비유할 수 있다.
- 모성애에는 두 측면이 있다. ... 또 하나는 ... 어린아이에게 삶에 대한 사랑을 천천히 가르쳐주고,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소년 또는 소녀인 것은 좋은 일이고, 이 지상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는 감정을 갖게 하는 태도이다.
- 준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물질적 영역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역에 있다. ...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의 모든 표현과 현시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을 풍요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고양한다. 그는 받으려고 주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다.
- 사랑하는 어머니인가 아닌가를 가려내는 시금석은 분리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분리된 다음에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만일 상대방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경험을 한다면, 그의 퍼스낼리티의 무한성을 경험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이와 같이 친밀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장벽을 극복하는 기적은 매일 새로이 일어날 것이다.
-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 역설적으로 말하면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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