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서은국
독서 기간 : 240312~230316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부터 여가 시간을 좀 더 즐기게 된 이후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화론은 근거일 뿐이라 과학에 대한 내용보단 심리학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저자가 책을 정말 쉽게 쓴 덕분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많은 논문들을 근거로 들면서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놀라운 점은 외향적인 사람이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게 행복하다고 한다. 그 얘기는 즉 인간의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생겨난다는 말도 될 것 같다. 원래 나의 가치관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맥이 통하기는 했지만, 저자가 매우 강한 어조로 통계적 근거와 함께 '외향적인 사람이 행복하다'라고 하니 상당히 놀랍고 재밌었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어쩌면 좋은 인생을 살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행복한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이었던 것 같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아주 공감한다. 인생은 어쩌면 별 것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 한 끼 나눠먹는 것. 그것보다 더 행복한 게 있을까?
이번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해야겠다. 다음주도. 그다음 주도...
[인상 깊었던 구절]
-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 불행의 감소과 행복의 증가는 서로 다른 별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행복을 따뜻한 샤워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정서 시스템은 찬물과 더운물을 조절하는 꼭지가 따로 달려 있는 샤워기와 같다. 불행의 요인들을 줄이는 것은 마치 찬물 꼭지를 잠그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으로 샤워물이 덜 차가워질 수는 있지만 더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많은 삶의 조건들은 이 샤워기의 찬물 꼭지와 비슷하다.
- 미래를 과도하게 염려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대다수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고등학생은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후 준비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산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 *유전이 행복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 (행복한 정도를 결정짓는 데 유전적 영향이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 외향성이 행복 연구에서 그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한마디로 행복과 가장 손을 꼭 쥐고 있는 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그 어떤 다른 특성도 외향성만큼 행복과 관련 깊은 것이 없다.
- 우리는 양쪽 부모에게 받은 유전적 조합에 의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기질temperament을 가지고 태어난다. 유난히 칭얼대는 아기도 있고, 코를 눌러도 웃으며 쳐다보는 아기가 있다. 기질이라는 원석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는데, 이것이 성격 특질trait이다. 가장 중요한 성격 특질 5가지(외향성, 신경증, 성실성, 개방성, 원만성) 중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외향성이다.
-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 이유가 자극 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 행복한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보낸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자원을 사람과 관련된 것에 많이 쓴다는 점이다.
- 돈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쓸 때 더 행복해진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5달러 혹은 20달러를 오전에 나누어주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 단, 한 조건에서는 이 돈을 스스로를 위해 쓰라고 했고, 다른 조건에서는 남을 위해(가령 선물 구입) 쓰도록 했다. 그잘 저녁 행복감을 비교해 보면, 금액에 상관없이 남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이 높다.
-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도, 사실은 상담 부분 돈 때문이 아니라 유복한 국가에서 피어나는 개인주의적 문화 덕분이다. 그래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국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소멸된다.
-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