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사관학교 정글

[SW 정글] 정글 4기 회고

SalmonSushi 2022. 9. 12. 21:01

 지난 8월 11일, 5개월이 좀 안 되는 기간 동안 진행되었던 SW 사관학교 정글 과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정글 회고 글을 과정이 종료된 후 한 달이나 지나서야 쓰게 된 이유는 취업 준비로 바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심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이다. 정글 과정이 제시해주는 새로운 과제, 목표들을 몰입해서 해결해 나가다가 과정이 끝나고 취업 시장에서 내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어느 회사도 나를 원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컸다. 정글 과정이 끝나면 서서히 폼이 떨어진다는 이범규 대표님의 조언에 따라 몇 달 내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업 준비 외에 다른 곳에 시간을 쓰는 것에 부담이 있어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다.

수료 후 취업까지

 결과부터 말하자면, 운이 좋게도 수료 후 한달 안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지원한 여섯 곳의 정글 협력사 중 두 곳에 최종 합격했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해서 매우 기뻤다. 이전 직장을 퇴사한 뒤 방황하고, 고독하고, 불안했던 1년 6개월간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지금의 결과를 내 힘으로 이루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아래는 정글 수료 후,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만의 무기 갖기(나만무)' 과정이 끝난 후 주말을 보내고 이틀 만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한 후 각자가 희망하는 여섯 곳의 협력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여기까지가 정글에서 도와주는 부분이었고, 그 이후의 취업은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정글을 수료해도 카이스트 기숙사에 8월 말까지는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전에 남아 정글 동기들과 함께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함께했다. 특히 도움이 됐던 것은 VoyagerX 면접문항 대비 스터디였다. VoyagerX 채용 노션에 올라와 있는 면접 문항들을 하나씩 맡아 서로에게 설명해주는 스터디를 했는데, VoyagerX 면접은 물론이고 다른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전이 너무 좋았지만 VoyagerX 1차 면접을 시작으로 누구는 면접에 합격하고, 떨어지고, 면접이 어땠고 하며 어수선했다. 어수선한 것 포함 나도 대면 면접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이 생겨 8월 21일 날 대전을 떠나 본가로 올라왔고, 그 뒤로는 영상통화를 켜놓고 동기들과 공부하며 면접 준비를 했다.(하지만 확실히 대전에서 만큼 몰입하는 것은 힘들어서 가능한 만큼 대전에 있다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세 회사에서 여섯 번의 면접, 한 번의 코딩테스트를 보았고, 하나하나에 대한 후기를 적고 싶지만, 분량이 너무 많아지므로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VoyagerX 2차 면접(기술심화 면접)이 가장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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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면접 팁

1. 면접관의 질문에 가능하면 간결하게 답변한다.

 답변을 길게 하다보면 잘 모르는 단어를 사용해 스스로 말리는 경우도 있고, 면접관이 원하는 것 이외의 딴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자신 있는 지식을 어필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핵심만 간결하게 답변한다. 추가로 궁금한 게 있다면 면접관 분들이 추가 질문을 해주신다. 이렇게 흘려가야 의사소통도 훨씬 편하고,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면접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2. 내 경험을 활용해 답변한다.

 기술질문에 대해 내가 경험했던 바를 이야기하면, 진짜 내가 경험했던 것이기 때문에 면접관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며, 스스로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면접관도 흥미롭게 들을 것이다. 만약 그 경험으로 이끌어낸 지식이 잘못된 것이어서 면접관이 지적을 한다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잘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줄 수도 있고, 면접관이 내 이야기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그 부분을 바로 잡으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3. 어려운 질문은 열심히 추론해서 답변해본다.

 기술면접을 보다보면 면접관이 주니어 수준에서는 경험하기 어렵거나 생각해보지 못했을 법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내가 알고 있는 CS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추론해 답해야 한다. 팁이 있다면 문제 상황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이 이해한 바를 되묻는 과정에서 시간을 벌 수 있고, 운이 좋으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잘 답변하지 못하더라도 무작정 모르겠다고 하는 것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단순한 지식을 확인하는 질문의 경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글 후기

 정글은 나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회사를 퇴사한 후의 기간 중 가장 밀도 있고 알찬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몰입해서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크게 느꼈던 것

1. 환경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는 환경의 중요성을 별로 믿지 않았고 개인의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정글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대전에 가기 전까지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땐 보통 7시간, 정말 많이 하면 10시간을 공부했다. 하지만 대전에 내려와 동기들과 기숙생활을 하니 전혀 어렵지 않게 12시간을 넘게 공부했다. 대전에 있다 보니 기숙사에서 일어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자연스럽게 강의실로 발이 향했고, 강의실에선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도 공부를 했고, 동기들과 잡담을 할 땐 대부분 개발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있는 장소, 사용하는 시간, 만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정글을 통해 세 가지를 모두 바꾸었을 때 사람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느꼈다.

 

2. 시간을 쏟고 몰입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는 특히 나만무(프로젝트)를 하며 크게 느꼈다. 나만무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React가 뭔지도 몰랐고, JavaScript도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일주일에 80시간 이상을 개발에 투자하니 React, Redux, Node.js, MySQL, AWS(EC2, S3, RDS, CloudFront) 등을 5주 동안 모두 사용해봤고, 이를 이용해 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었다. 시간을 쏟고 몰입하면 되는구나. 정말 되는구나. 이게 정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정글에서 이만큼 열심히 했다.

1. (마른 편임에도) 정글 입소 후 몸무게가 5kg 빠졌다.(동기들도 보통 많이 빠진 것 같다.)

2. 열품타(학습시간 관리 앱) 취업 카테고리 월간 공부시간 1등을 찍었다.(하루 평균 12시간 23분)

3. 주말, 휴일 없이 공부했다.

4. 나만무 발표 전까지 본가에 딱 한 번 올라갔다.(이조차도 올라갔다가 다음날 새벽차 타고 내려왔다...)

열정 품은 타이머 정글 기간(4, 5, 6, 7월) 동안의 학습 시간

 

정글을 통해 얻은 것

1. 개발 관련

  - C언어를 기초적으로 작성하고 읽을 수 있는 능력

  - 좀 더 다양한 알고리즘, 자료구조에 대한 지식

  - OS 관련 주요 개념에 대해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

  - 1만 line 이상의 코드에서 내가 원하는 부분만 찾아서 변경시키는 경험(PintOS)

  - 개발 프로젝트 협업 경험

2. 정글 동기 네트워크

3. 시간을 투자하고 몰입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정글의 장점

1. 우리에게 과할 정도로 훌륭한 운영진분들

2. 몰입에 더없이 좋은 환경

3. 똑똑하고 성실한 동기들

4. 짧고 굵은 훌륭한 커리큘럼(빠르게 CS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음)

5. 좋은 협력사

6. 근처에 맛집이 많음

 

정글의 아쉬운 점

1. DB,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면 스스로 좀 더 공부해야 함

2. CS에 대한 경험과 기초지식이 없으면 초반에 좀 힘들 수 있음

3. 정글 과정이 끝나고 취직 준비는 스스로 해내야 함

4. 실무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 스택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없음

협력사 리스트를 보고 정글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글의 진짜 장점은 여기에 있다.(swjungle.net 웹페이지의 내용 中)

 위에 적은 모든 항목들 하나하나에 적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중 운영진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하고 싶다. 정글의 운영진인 장병규 의장님, 류석영 교수님, 이범규 대표님, 정주원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 특히 장병규 의장님께서 정글에 쏟아주신 관심과 열정 덕분에 이 과정이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수료한 사설 부트캠프와 정글을 비교했을 때, 비영리적인 과정만이 줄 수 있는 경험들(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회식을 한다거나..)과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정글의 운영진분들이 주었던 것 같다.

 5개월간 개발 하나에 몰입하며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운영진분들과 함께한 동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정글 회고 글을 마친다.